[책]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끄적끄적 2007/08/13 20:28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 
최세진 (지은이) | 메이데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가볍지 않은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저자는 책속에서 게임, SF, 클래식 음악, 대중 음악, 만화, 종교, 검열, 인터넷 등등 우리 주변에 감추어져 있기에 가볍게 읽어낼 수 없는 각종 이미지들에 대해 상상력을 가지고 접근하라는 말을 하고 있다. 가령, 게임 속에 감추어져 있는 미국 제국주의 이데올로기가 사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야기 하면서, 다양한 정치적 논쟁과 투쟁들이 현실에서 출발해야 함을, 미래에 대한 우리의 모든 상상력은 현실로부터 출발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게 읽은 부분이 있다고 하면, SF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들일 것이다. "문화"라고 불리우는 영역에서 이런저런 분야에 기웃거려왔고, 아직도 다양한 분야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이전에나 이후에나 나에게 그리 썩 다가오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SF이기 때문일 것이다. <SF 작가들의 좌우 격돌기>라는 주제의 글에서 이런저런 작가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내력 역시 소개하고 있는데, SF작가들은 아무 생각없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며 글 속에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재미나게 읽었던 내용은 2부 "파시스트가 되느니 차라리 돼지가 되겠다"라는 소제목에 있는 여러 주제들에 관한 글들이다. 바그너, 쇼스타코비치, 마야코프스키, 조지 오웰, 존 레논, 피카소, 미야자키 하야오, 첨바왐바 등 문화의 이 영역 저 영역에 걸쳐져 있는 인물들에 관해 잘 알려져있거나 잘못 전달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언급해가면서 문화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와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그중, <조지 오웰-1984, 좌우파시즘에 대한 경고>에서는 "정치적 작가"로서 조지 오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시기에 현실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반공주의 소설로 대접받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년>>이라는 작품들에 관한 오해를 풀어가면서, 또한, 1936년 스페인 혁명 당시 좌파 민병대에 지원하여 참전했던 경력과 함께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두 권의 소설을 집필했다는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

한편, 3부 "힘내라 바퀴벌레"라는 소제목의 여러 글들을 지나치게 되면, 마지막에 있는 4부에서는 "인터넷 광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계속하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을 통해 일어난 사건과 그 사회적인 성격을 분석하고 주장을 담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는 글들인데, 그의 말 그대로 1,2,3부에서 다루었던 내용들에 비해 보다 "딱딱한 내용"의 글들이 실려져 있다. 시국과 관련하여 인터넷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에 대한 정황설명과 함께 모뎀 시절부터 시작되어진 통신공간에서의 조직적인 '정보운동'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곁들여 들려주고 있는데, <2002년, 광화문에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가는 '네티즌으로 불리는 대중들의 요구가 내용적으로 민중운동진영의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왜 갈등이 일어나는지', '최근 일련의 이슈들(노사모, 붉은 악마, 촛불시위 등)의 배경은 무엇인지', '이러한 시대적이고 대중적인 상황 변화는 민중운동진영에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 보자고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글쓴이의 이런저런 분석과 의견들에 대해 거의 대부분 "맞어맞어" 속으로 외치면서 읽어 나가게 만들었던 내용들이었는데, 단 하나 예외가 있다면,  "노사모"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만은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이 글을 쓴 이후 현재 시점에서도 작가 자신이 "노사모"를 그때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하여 그 사람의 "상식"으로 만들 수 있는 글, 그런 글들을 만나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혁명"이니 "좌파"니 하는 빨간색 느낌이 좌악 드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이 그런일을 쉽게 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고 말이다. 술자리에서 말이 조금이라도 길어지게 되면, "가르쳐들지 말아라!"라고 외치는 나와는 다른 세대의 동생들에게 감히 권해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운 이야기들을 쉽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남미로 다시 돌아간다는 저자가 그곳에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데...아마도, 노무현 대통령과 닮은꼴로 대통령직을 시작했다고 여겨지는 차베스 대통령 이후의 베네수엘라와 쿠바 카스트르 이후의 남미와 미국과의 관계를 연구하러 가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보며, 저자가 지난 2006년 겨울 진보넷에 올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레닌인가?> 제목의 글을 퍼담아 보기로 한다. (링크로 끝내고 싶지만...링크라는 것이 언제 폭파할지 모르는 것이라서라는 변명과 함께 말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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